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2년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몇 번을 다시 봐도 흥미롭게 봤던 애니메이션입니다. 검은 형체에 허연 가면을 쓴 듯 한 '가오나시' 캐릭터로 사랑을 많이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이 부모님을 구해 인간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온천장에서 일을 하게 되는 모험담으로 인간의 탐욕에서 오는 자연파괴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내용까지 녹여내고 있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인 소녀 치히로는 가족들과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원치 않는 이사였기에 풀이 죽어있습니다. 치히로의 아버지는 운전 중 길을 잘못 들게 되는데 의문의 터널을 발견하고 홀린 듯 들어가게 됩니다. 치히로의 부모님은 터널의 끝을 지나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점을 발견하고 들어가서는 주인이 없어도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음식을 마구 먹기 시작합니다. 치히로는 주인 없이 함부로 먹지 말라고 말리지만 부모님은 돈도 있고 카드도 있으니 걱정 말라면서 먹기만 합니다.
탐욕만 쫓아 허겁지겁 먹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리고, 치히로는 놀라서 도망치다가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를 만나게 됩니다. 하쿠의 도움으로 신의 세계로 무사히 넘어온 치히로는 일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하쿠의 말에 온갖 신들이 드나드는 온천장의 주인인 유바바를 무작정 찾아가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물질적인 욕심이 많은 유바바는 누구든 진짜 이름을 빼앗고 개명된 이름을 쓰게 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노예처럼 일만 하도록 지배합니다. 치히로도 자신의 이름은 빼앗기고 '센'이라는 이름으로 온천장 종업원 일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벌어지는 가오나시와의 소동과 자신을 도와주었던 하쿠의 문제를 담담하고 용감하게 해결해 나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다른 지브리 영화들도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로 '순수한 내 모습, 진짜 내 이름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와닿았던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년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잘 어우러져서 더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영국의 동화작가 다이애니 윈 존스가 쓴 판타지 소설 「Howl's Moving Castle」을 모티브로 따온 영화로 18살의 소녀가 마법에 걸려 90세의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면서 움직이는 성을 만나게 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은 19세기말 유럽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마법이 존재하고 기계가 발달하여 전쟁이 계속되는 세상입니다. 모자 가게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18살 소녀 주인공 소피는 오랜만에 구경 나간 시내의 골목길에서 짓궂은 군인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군인들은 소피의 길을 막고 난처하게 하는데, 이때 꽃미남 하울이 나타나서 소피를 구해줍니다. 하울과 헤어지고 모자가게로 돌아온 소피에게 황야의 마녀가 찾아옵니다. 황야의 마녀는 소피와 하울의 사이를 오해하여 소피를 90세의 노파로 만들어버립니다. 노파가 된 소피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집을 나오게 되고 황무지를 헤매다가 황야를 돌아다니고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성 안에서 소피는 가정부를 자처하여 하울과 하울의 제자 마르클, 불의 악마 캘시퍼와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강해 보이지만 어딘가 위태롭고 쓸쓸한 하울.
하울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강인한 믿음으로 저주를 풀어내는 소피.
여기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더해져 두 주인공에게 더 몰입해 설레임을 느끼게 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벼랑 위의 포뇨
2008년에 개봉한 영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각본, 감독, 원작까지 모두 맡은 작품입니다. 음악은 역시 히사이시 조가 담당했습니다. 인어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전 장면이 손으로 그려진 그림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그림체의 움직임과 배경들이 동화적인 느낌이 더욱 많이 납니다.
호기심 많은 인면어 브륀힐데는 아버지 후지모토 몰래 수면 위로 올라갑니다. 육지에 거의 도착할 때쯤, 물살에 휩쓸려 유리병에 갇히게 되고, 바닷가에 잠시 내려온 5살 소년 소스케가 유리병을 발견하고 인면어를 구해줍니다. 유리병을 깨서 구해주던 중, 손이 베인 소스케의 손을 인면어가 핥게 되고 소스케의 상처는 금세 사라집니다. 소스케는 인면어를 양동이에 물을 담아 넣어주고 포뇨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후지모토는 포뇨를 다시 바다로 데려갑니다. 포뇨는 인간이 될 거라고 발버둥 치다 몇 시간 전 핥은 소스케의 피가 작용해서 닭발같이 생긴 팔다리가 나오게 되고, 동생들의 도움으로 소스케를 찾아가게 됩니다. 소스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엄청난 해일로 바다와 인간세계는 혼란이 일어납니다.
이 혼란 속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순수하고 귀여운 동화느낌의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는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은 따뜻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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